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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비평: '가난'도 '관광'이 되나요? 그 영화 재밌어요? 영화 기생충을 보고 왔을 때, 주변 사람들이 물었다. 그 영화 재밌어요? 나는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보통 ‘재미’인데 이 영화는 ‘재미’로 만든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묻는 사람들이 나의 구구절절한 영화평을 기대하고 묻는 것이 아닌 줄 알기에 그저 ‘영화가 훌륭했다’는 말로 구태여 질문의 표현을 바꾸어 일종의 동문서답을 했었던 터이다. 두 유 노 BTS, SON, and BONG? 최근에 ‘기생충’의 연이은 수상 소식을 들으며 참 기뻤다. 헐리우드 스타와 감독들이 즐비한 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트로피를 든 채 주눅들지 않고 이야기 하는 모습은 마치 손흥민 선수가 수십미터를 뚫고 드리블하여 상대 팀 골망을 힘차게 흔드.. 더보기
영화 '천문' 리뷰: 조선시대, 가장 충격적인 '특별채용' '사회적 신뢰 수준'과 '특별채용'의 묘한 상관관계 나는 대학에서 교수 인사를 하면서 공개채용과 특별채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지고 있는 ‘특별채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매우 큼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몸 담은 곳이 사립대학이었다보니 공개채용에 대해서도 ‘혹시 내정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다. 하물며 ‘특별채용’을 한다는 것은 절차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사회적 신뢰를 받기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렇기에 특별채용은 거의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규정에 의해서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특별채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사회적 신뢰의 문제와 맞닿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함’을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 더보기
영화 '82년생 김지영' 리뷰: 30대 남자가 읽어주는 '82년생 김지영' 젠더 갈등의 프레임을 넘어서 이 영화를 젠더(gender)간 갈등의 측면으로 접근한다면 아마 타협의 지점을 찾지 못하고, 끝이 없는 논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몇몇 유명인들이 이 영화를 보았다고 SNS에 올리는 것만으로 엄청난 악플에 시달렸던 것을 보면 안타깝지만 이 시대의 아픔들이 어떤 한 쪽의 성별에만 선택적으로 찾아오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비극적인 시대는 모두가 아프고, 모두가 힘들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도 다 힘들다. 김지영의 남편은 어찌 안 힘들겠으며, 김지영의 아빠나 남동생, 심지어 공유의 회사 동료들, 그 누구라도 고민이 없겠으며 힘들지 않겠는가. 다만 영화와 이 영화의 원작은 이 시대의 아픔들 중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아픔을 다루고 있는 것 뿐.. 더보기
영화 '시동' 리뷰: '너한테 어울리는 일을 해' 먹고 살기 위해서 누구나 먹고 살기 위해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을 해야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력이 필요한 사람들과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만남이 수많은 구인 사이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꿈이 있는 사람이라도 당장의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옷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먹어야 우리의 신체를 유지할 수 있으며, 자신의 몸을 누일만한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있어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할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삶이 무거운 청춘들의 영화, 시동 2019년 12월 개봉한 영화, ‘시동’은 이렇듯 고단한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는 청춘들을 비춘다. 택일(박정민 분)과 상필(정해인 분)은 어린 시절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라며 삶의 거의 모든 것을 공유한 친구이다. 택일(박정민 .. 더보기